글보기제목제3회. 30년 동안의 침묵2026-09-08 14:44작성자admin 제3회. 30년 동안의 침묵1. 살아 있었던 이유 도현은 재호의 얼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아무리 세월이 흘렀어도 친구의 눈빛만큼은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살아 있다는 사실보다 더 믿기 힘든 것은 재호의 말이었다. “네 아내가 나를 살린 거야.” 도현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미숙이가 너를 살렸다고?” 재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사라진 그날 밤, 누군가 나를 죽이려고 했어.” 도현의 얼굴이 굳었다. 30년 전 사람들은 재호가 회사 돈을 가지고 도망쳤다고 믿었다. 하지만 재호는 도망친 것이 아니었다. 누군가에게 쫓기고 있었던 것이다. “그날 밤 강변에서 차를 세웠는데, 뒤에서 다른 차가 따라왔어.” 재호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손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나는 차에서 내려 도망쳤고, 얼마 지나지 않아 미숙이가 나를 찾아왔어.” 도현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재호를 바라봤다. “미숙이가 어떻게 네가 있는 곳을 알았어?” 재호는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말했다. “네가 알려줬다고 했어.” 도현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자신은 그런 기억이 전혀 없었다.2. 기억에서 사라진 밤 “내가 너한테 위치를 알려줬다고?” 도현은 고개를 저었다. “난 그날 밤 너를 만난 적이 없어.” 재호는 씁쓸하게 웃었다. “그게 이상한 거야.” 그는 주머니에서 낡은 종이 한 장을 꺼냈다. 종이에는 오래된 전화번호와 시간이 적혀 있었다. “그날 밤 10시 15분. 네 집에서 내 회사로 전화가 걸려왔어.” 도현은 종이를 받아들였다. 번호는 30년 전 자신이 살던 집의 전화번호였다. “10시 15분이면…” 도현은 기억을 더듬었다. 그날 저녁 미숙은 평소와 달리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상했다.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는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그 전화를 받은 사람이 미숙이였어.” 재호의 말에 도현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미숙이는 나한테 한마디만 했어. ‘지금 당장 도망쳐.’ 그리고 네 이름을 말했지.” “내 이름을?” “그래. 그리고 네가 위험하다고 했어.” 도현은 손에 힘을 주었다. 아내는 죽을 때까지 그날 밤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재호는 낡은 사진 한 장을 꺼내 도현에게 건넸다. 사진 뒷면에는 미숙의 글씨가 있었다. ‘도현에게 말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 그 아래에는 날짜가 적혀 있었다. 1996년 11월 17일. 도현은 사진을 뒤집어 들여다보다가 문득 한 가지 사실을 발견했다. 사진 한쪽 구석에 자신이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남자가 서 있었다.3. 사진 속의 네 번째 사람 “이 사람 누구야?” 도현이 사진을 가리키자 재호의 표정이 굳어졌다. “나도 그걸 찾고 있었어.” 사진 속 남자는 얼굴이 반쯤 가려져 있었지만 정장을 입고 있었다. 그리고 손목에는 낯익은 시계를 차고 있었다. 도현은 그 시계를 보는 순간 숨을 멈췄다. “잠깐만…” 그 시계는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기 전 자신에게 남겼던 유품과 똑같았다. 하지만 사진 속 남자가 차고 있는 시계에는 특별한 흠집이 하나 있었다. 초침 아래쪽에 작은 금이 가 있었다. 도현은 그 흠집을 분명히 기억하고 있었다. “이 시계… 우리 집에 하나 있었어.” 재호가 도현을 똑바로 바라봤다. “그럼 이제 알겠지?” “뭘?” “왜 미숙이가 끝까지 너에게 말하지 않았는지.” 도현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재호는 사진을 다시 가져가며 말했다. “그 남자는 내가 사라진 뒤에도 계속 너를 지켜보고 있었어.” “누군데?” 재호는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그러다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 사람 이름은…” 순간 멀리서 자동차 한 대가 빠른 속도로 다가왔다. 재호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었다. “도현아,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잘 들어.” 자동차의 헤드라이트가 두 사람을 향해 번쩍였다. 재호가 도현의 팔을 잡아당겼다. “30년 전 그날 밤, 너도 그 자리에 있었어.”태그 목록글쓰기 댓글 [0] 댓글작성자(*)비밀번호(*)자동등록방지(자동등록방지 숫자를 입력해 주세요)내용(*) 댓글 등록 더보기이전4회. 그날 밤, 나도 그곳에 있었다admin 2026-09-11-제3회. 30년 동안의 침묵admin 2026-09-08다음2회. 수첩 속의 아내admin 2026-09-08 Powered by MangBoard | 워드프레스 쇼핑몰 망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