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보기
제목제14회. 마지막 페이지의 경고2026-09-23 09:34
작성자 Level 10

제14회. 마지막 페이지의 경고

 

제14회. 마지막 페이지의 경고.png


1. 수첩의 마지막 페이지


도현은 한참 동안 사진 뒷면의 문장을 바라봤다. ‘도현에게 진실을 말하면, 미숙이 죽는다.’ 글씨는 분명 정우진의 것이었다. 도현은 떨리는 손으로 아버지의 수첩을 펼쳤다. 마지막 페이지에는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작은 봉투가 붙어 있었다. 봉투를 뜯자 낡은 종이 한 장이 나왔다. 거기에는 날짜와 시간이 적혀 있었다. ‘1996년 11월 17일, 밤 11시 40분.’ 그리고 그 아래에는 한 문장이 있었다. ‘도현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해야 한다.’ 도현은 숨을 멈췄다. 누군가 자신의 기억을 지우려 했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아버지까지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것은 처음 알았다. 종이 뒷면에는 또 다른 문장이 적혀 있었다. ‘우진에게 맡긴다.’ 도현의 손에서 종이가 미끄러졌다. 30년 동안 자신을 지켜준 줄 알았던 친구가, 어쩌면 자신의 기억을 지운 사람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2. 우진이 지키려 했던 것


도현은 곧바로 우진을 찾아갔다. 우진은 오래된 사무실에서 혼자 기다리고 있었다. 도현이 사진을 내밀자 우진은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찾았구나.” “왜 내 기억을 없앴어?” 도현의 목소리가 떨렸다. 우진은 한동안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다 조용히 말했다. “없앤 게 아니야. 막은 거야.” “무슨 차이야?” “네가 기억하면 미숙이 죽을 수 있었어.” 도현은 주먹을 꽉 쥐었다. “그래서 나한테 아무것도 말하지 않은 거야?” 우진은 고개를 숙였다. “그날 밤 네가 본 사람을 말해주면 모든 게 끝날 줄 알았어. 그런데 그 사람은 네 아버지보다 훨씬 강했어.” “누군데?” 우진은 도현을 바라봤다. “최상철.” 도현의 얼굴이 굳었다. “그 사람은 죽었다고 했잖아.” 우진은 낮게 대답했다. “그건 내가 일부러 그렇게 믿게 만든 거야. 최상철은 죽지 않았어. 그리고 30년 동안 미숙을 감시해왔어.”

 

3. 살아 있는 사람의 목소리


그 순간 우진의 사무실 전화가 울렸다. 우진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하지만 벨소리는 계속 이어졌다. 도현이 수화기를 들었다. “여보세요?” 아무 말도 없었다. 잠시 후 낯익은 남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박도현.” 도현의 심장이 멎는 듯했다. “누구야?” 상대는 짧게 웃었다. “30년 전에도 그렇게 물었지.” 도현은 수화기를 꽉 잡았다. 그 목소리를 어디선가 들은 기억이 있었다. 강변, 빗소리, 자동차 문이 닫히는 소리. 그리고 자신의 아버지가 누군가에게 외치던 장면이 희미하게 떠올랐다. “최상철 씨, 제 아들에게 손대지 마시오.” 도현의 머리가 지끈거렸다. “당신이… 최상철이야?” 전화기 너머에서 남자가 대답했다. “이제 기억이 조금씩 돌아오는 모양이군.”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마디를 남겼다. “하지만 네가 기억해야 할 마지막 장면에는 미숙이 있다.” 전화가 끊겼다. 도현은 우진을 바라봤다. 우진의 얼굴이 새하얗게 굳어 있었다. 그때 도현의 휴대전화에 사진 한 장이 도착했다. 30년 전 강변에서 찍힌 사진이었다. 이번에는 사진 속 미숙의 손에 피가 묻어 있었다.

댓글
자동등록방지
(자동등록방지 숫자를 입력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