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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제13회. 가장 믿었던 친구2026-09-22 10:22
작성자 Level 10

제13회. 가장 믿었던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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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노인이 기억한 이름


도현은 노인 앞에 앉아 다시 물었다. “그 사람이 누구였습니까?” 노인은 한동안 도현의 얼굴을 바라봤다. 오래된 기억을 꺼내는 것처럼 눈을 가늘게 뜨더니 조용히 말했다. “정우진.” 도현의 심장이 내려앉았다. 정우진. 30년 전 회사에서 자신과 가장 가까웠던 동료였다. 재호가 사라진 뒤에도 도현 곁에 남아 그를 위로해 준 사람이었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을 때 장례식장에도 가장 먼저 달려왔던 사람이 바로 우진이었다. “그 사람이 왜요?” 노인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날 밤 병원으로 당신을 데려온 사람이 그 사람이었어.” 도현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노인을 바라봤다. “아니요. 나를 발견한 건 미숙이라고 했습니다.” 노인은 고개를 저었다. “미숙 씨가 병원에 왔을 때 당신은 이미 병실에 누워 있었어. 그리고 그 전에 당신을 데려온 남자가 있었지.” 노인은 잠시 말을 멈췄다. “그 남자가 당신에게서 뭔가를 가져갔어.”

 

2. 사라진 수첩


도현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뭘 가져갔습니까?” 노인은 기억을 더듬으며 대답했다. “작은 수첩이었어. 당신이 계속 품에 안고 있었지.” 도현은 자신의 아버지가 남긴 수첩을 떠올렸다. 지금 가지고 있는 수첩은 최근에 발견한 것이었다. 그렇다면 30년 전 자신이 가지고 있던 수첩은 따로 있었다는 뜻이었다. 재호가 조용히 말했다. “도현아, 네가 기억하지 못하는 세 시간 동안 누군가 네 물건을 정리한 거야.” 도현은 병원 기록을 다시 확인했다. 환자 소지품 목록에는 지갑과 시계, 열쇠만 기록되어 있었다. 수첩은 없었다. 그런데 기록 아래쪽에 희미한 필체로 추가된 문장이 보였다. ‘개인 소지품 일부는 보호자에게 인계함.’ 보호자 이름은 적혀 있지 않았다. 도현은 그 문장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하나의 기억을 떠올렸다. 30년 전 병실에서 누군가 자신의 손을 잡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사람이 말했다. “도현아, 아무것도 기억하지 마.” 도현은 순간 머리를 움켜쥐었다. “우진이야.” 재호가 놀란 얼굴로 물었다. “확실해?” 도현은 고개를 들었다. “목소리는 기억나. 우진이었어.”

 

3. 30년 만의 전화


병원을 나온 도현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화면에 표시된 이름을 보는 순간 그의 발걸음이 멈췄다. ‘정우진.’ 30년 동안 먼저 연락한 적이 없던 사람이었다. 도현은 한참 동안 전화를 바라보다가 결국 받았다. “여보세요.” 아무 말도 들리지 않았다. 잠시 후 익숙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도현아.” 순간 도현의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우진은 아무렇지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 “오랜만이다. 재호가 돌아왔다는 것도 들었어.” 도현의 표정이 굳었다. “누가 말해줬어?” 짧은 침묵이 흘렀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네가 지금 찾고 있는 것, 그만 찾는 게 좋겠다.” 도현은 이를 악물었다. “왜? 네가 무서워하는 게 뭔데?” 우진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네 아버지가 남긴 수첩을 찾았지?” 도현의 눈빛이 흔들렸다. 그는 누구에게도 수첩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어떻게 알았어?” 우진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마지막으로 한마디를 남겼다. “그 수첩의 마지막 페이지를 절대 펼치지 마.” 전화가 끊겼다. 도현은 천천히 자신의 가방을 바라봤다. 그리고 가방 안에 넣어둔 아버지의 수첩을 꺼냈다. 지금까지 한 번도 펼쳐보지 않았던 마지막 페이지가 조금 벌어져 있었다. 그 안쪽에서 낡은 사진 한 장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사진 뒷면에는 우진의 필체로 한 문장이 적혀 있었다. ‘도현에게 진실을 말하면, 미숙이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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