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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제10회. 지하 보관실의 편지2026-09-15 13:39
작성자 Level 10

제10회. 지하 보관실의 편지

제10회. 지하 보관실의 편지.png


1. 30년 만에 열린 문


다음 날 오전 10시가 되기 전, 도현과 재호는 오래된 회사 건물 앞에 도착했다. 지금은 다른 회사가 사용하고 있었지만 지하에는 예전부터 사용하지 않는 보관실이 남아 있었다. 관리인에게 어렵게 허락을 받은 두 사람은 지하로 내려갔다. 복도 끝에는 녹슨 철문 하나가 있었다. 문 옆에는 희미하게 ‘B-17’이라는 번호가 적혀 있었다. 도현은 주머니에서 1117이라고 새겨진 열쇠를 꺼냈다. 재호가 말했다. “아마 이곳일 거야.” 도현이 열쇠를 꽂자 오래된 자물쇠가 힘없이 풀렸다. 문을 여는 순간 먼지 냄새와 함께 오래된 서류 상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상자마다 날짜와 문서번호가 적혀 있었다. 도현은 아버지의 이름을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가장 구석진 곳에서 ‘박정수’라는 이름이 적힌 낡은 상자를 발견했다. 도현의 아버지였다.

2. 아버지가 남긴 편지


상자 안에는 회사 장부와 사진, 녹음테이프 몇 개가 들어 있었다. 그중 가장 위에는 봉투 하나가 놓여 있었다. 봉투에는 도현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도현에게. 이 편지를 네가 직접 찾았다면 이제 숨길 이유가 없구나.’ 도현은 떨리는 손으로 편지를 펼쳤다. 아버지는 1996년 회사에서 벌어진 자금 유출을 조사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최상철 전무가 회사 돈뿐 아니라 직원들의 개인 계좌까지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적어 놓았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따로 있었다. 최상철에게 돈을 전달한 사람이 회사 내부에 있었던 것이다. 편지 마지막 부분에는 그 사람의 이름을 적기 직전에 문장이 끊겨 있었다. 대신 붉은 펜으로 한 문장이 덧붙어 있었다. ‘이 이름을 내가 직접 적으면 도현까지 위험해진다.’ 도현은 숨을 죽였다. 그때 재호가 상자 바닥에서 작은 봉투 하나를 찾아냈다. 봉투 안에는 오래된 직원 명단이 들어 있었다. 그 명단에서 한 이름에 붉은 동그라미가 쳐져 있었다.

3. 명단에 적힌 이름


도현은 그 이름을 보는 순간 손에서 종이를 놓칠 뻔했다. ‘김미숙.’ “미숙이가 왜 여기 있어?” 재호도 아무 말 없이 명단을 바라봤다. 당시 미숙은 회사 직원이 아니었다. 그런데 명단에는 그녀의 이름 옆에 ‘외부 연락 담당’이라는 설명이 적혀 있었다. 도현은 곧바로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번에도 받지 않았다. 그러자 재호가 명단 뒤쪽을 확인했다. 뒷면에는 날짜와 함께 짧은 메모가 적혀 있었다. ‘11월 17일, 미숙이 마지막 연락을 담당한다. 도현에게는 절대 알리지 말 것.’ 그 순간 지하 보관실의 불이 갑자기 꺼졌다. 어둠 속에서 누군가 문을 닫는 소리가 들렸다. “누구야?” 도현이 소리쳤지만 대답은 없었다. 재호가 휴대전화 불빛을 켜는 순간, 바닥에 작은 봉투 하나가 떨어져 있는 것이 보였다. 도현이 봉투를 주웠다. 겉면에는 낯익은 필체로 단 네 글자가 적혀 있었다. ‘미숙에게서.’ 그리고 봉투 안에서 나온 사진 한 장에는 30년 전 그날 밤, 강변에 서 있는 도현과 재호, 미숙의 모습이 찍혀 있었다. 하지만 사진을 본 도현은 곧바로 얼굴이 굳었다. 사진을 찍고 있던 사람은 바로 그의 아버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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